문전박대하던 집, 오늘은 문이 열려
내 밥 걷어차던 손이 내 잔에 술을 부어
같은 얼굴, 같은 흉터, 비단 한 겹 차이
내가 성을 말하니까 저쪽 허리가 접혀
기와집 한 채 값을 치러 조상을 샀지
먹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귀한 몸이 됐지
아버님은 누구시냐, 외운 대로 답해
내 진짜 아비 이름은 혀 밑으로 삼켜
먹 한 방울, 몸값이 달라
이름 석 자, 대접이 달라
다들 날 알아봐, 이제야 날 알아봐
나를 낳은 사람만 모른 척 살아
장터 한복판에 어머니가 앉아
나물 몇 줌 앞에 놓고 푼돈을 세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무릎부터 펴셔
나는 고개를 저었어, 남들 보기 전에
곁에 선 놈이 물어, 아는 사람이냐
모른다는 말은 연습도 없이 나와
어머니는 내 새 신에 흙이 묻을까 봐
바구니를 당겨 안고 길을 비켜 줘
차라리 욕을 하지
내 이름을 부르지
왜 길을 비켜 줘
왜 또 나부터 살려
먹 한 방울, 몸값이 달라
이름 석 자, 대접이 달라
다들 날 알아봐, 이제야 날 알아봐
나를 낳은 사람만 모른 척 살아
내 이름을 샀는데
어머니가 값을 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