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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EN

DEMOSAII

줄거리

THE STORY SO FAR

세 개의 삼부작, 서른여섯 곡, 하나의 이야기. 궁궐에서 시작해 바다를 건너 북쪽 국경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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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LOGY ONE

불의 삼부작

제 1 장

피와 안개

궁궐에서 한 여자가 죽는다. 이름도 기록에 없고 무덤에도 표가 없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왕은 독을 쓴 손이 조정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날부터 왕은 상소에 먹 대신 피를 찍는다. 온화하던 왕이 폭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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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먹과 불씨

선비 윤제가 상소를 올리고 제주로 유배된다. 그는 그곳에서 계속 쓰고, 그 글은 저잣거리 광대 탈쇠의 노래가 되어 뭍으로 건너온다.

사화로 집안을 잃고 산에 들어갔던 여인 정안이 횃불을 들고 내려온다. 그 밤 고개마다 불이 올랐다. 봉기는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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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재와 씨앗

윤제는 형장에서 죽는다. 탈쇠는 탈을 버리고 이야기꾼이 되어 길을 걷는다. 정안은 빈 손으로 산으로 돌아간다.

사십 년 뒤, 전라도의 열여섯 살 소녀 분이가 할머니 방 마루 밑에서 종이 한 장을 찾는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그 아이는, 가르쳐 달라고 사흘을 문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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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LOGY TWO

바다 삼부작

제 4 장

소금과 파도

한 세대 뒤, 남녘의 작은 섬에 네 사람이 있다. 또 진실을 쓴 죄로 유배 온 선비 수겸, 달이 숨는 밤에만 검은 돛을 올리는 밀수꾼 배쇠, 아들도 아내도 바다에 잃은 늙은 어부 갑수, 그리고 뭍에서는 고개를 숙이나 물속에서는 주인인 해녀 옥이.

그해 여름 옥이는 북쪽 여울에서 가라앉은 검은 배를 본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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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바다와 뼈

폭풍이 바닥을 뒤집는다. 갑수가 폭풍 속에서 바다에게 조용히 빈다 — 가져갈 것이 있으면 나를 가져가고, 돌려줄 것이 있으면 이제는 돌려달라고.

다음 날 배쇠가 뱃머리를 찾고, 옥이가 궤짝을 안고 올라온다. 그 안에는 거짓 증언을 산 자들의 이름이 있다. 수겸은 자기가 진실을 써서 유배된 것이 아니라, 진실이 묻힌 곳으로 보내졌다는 것을 그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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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섬과 별

세 사람이 흰 돛을 올리고 북으로 간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서 옥이가 일어선다 — 뭍에 가면 자기는 글도 이름도 없는 아낙이라고. 그리고 소리 없이 물로 들어간다.

세 사람은 속리산에서 정안을 찾아낸다. 그 여인은 장부의 이름들에서 얼굴을 읽어낸다. 새벽에 암자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뒤의 일은 어느 기록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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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LOGY THREE

쇠 삼부작

제 7 장

눈과 쇠

그해 겨울 북쪽이 뚫린다. 여진이 압록을 건너고 성 셋이 사흘 만에 무너진다.

포구에 닻을 내렸던 배쇠는 그 소문을 듣고 돛을 내린다 — 글은 십 년을 기다렸으니 하루를 더 기다린다고. 나라는 죄인을 사면하고, 평생 도망친 자들을 부른다. 대장장이는 절에서 온 종을 녹인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분이에게 그 겨울, 바다에서 온 장부와 전쟁이 같은 주에 도착한다. 그녀는 종이와 먹을 지고 북으로 걷는다 — 죽는 사람의 이름을 죽는 날에 적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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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쇠와 피

궁궐은 백성을 죽였고 백성은 궁궐을 미워했다. 그러나 북쪽에서 온 것은 그 둘을 가리지 않는다. 이제 두 편이 같은 줄에 선다.

평생 도망치며 살아온 배쇠가 처음으로 서라는 말을 듣는다. 옆에 선 자는 관군이고 그는 사면받은 도적이지만, 오늘은 둘 다 그냥 줄이다. 북이 울리고 줄이 밀리지만 끊어지지는 않는다 — 내가 버틴 것이 아니라, 옆이 버틴 것이다.

전투가 끝난 아침 왕이 전선에 온다. 배쇠는 줄에서 걸어나와 묻는다. 왕은 답하고, 그다음 물음에는 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 동안 배쇠의 손이 품으로 들어갔다가 빈 손으로 나온다.

후방에서는 분이가 죽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종이가 떨어지자 천에 적고, 나무에 적고, 마지막에는 살아 있는 사람의 팔에 적는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날, 한양에서 봉인된 교지가 온다. 아무도 뜯지 않는다. 뜯지 않아도 다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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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봄과 녹

전쟁은 이겼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종자를 다 먹었으니 올해 심을 것이 없다.

늙은 농부가 언 밭을 갈다가 삽에 무엇인가 걸린다. 돌인 줄 알았는데 돌이 아니다. 어깨를 잡고 돌려보니 자기 아들이다. 업고 온다. 가벼웠다 — 스무 해 키운 것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아들은 사십 일을 누워 있다가 일어난다. 품에는 젖은 종이 한 벌이 있다. 전장에서 분이가 맡긴 것이다. 무엇이냐 묻지 말라 하였다. 그는 글을 몰라 읽지 못했고, 못 읽어서 지켰다. 어머니의 부엌, 소금 항아리 안에 묻는다.

육십 년 뒤 손녀가 묻는다 — 할아버지, 그 종이 어디 있어요. 기억이 안 난다, 하신다.

그리고 오백 년 뒤, 누군가 그 부엌 자리를 판다. 소금은 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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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장, 서른여섯 곡. 이야기는 여기서 완성됩니다.

전곡 연속 재생 · 1시간 57분

읽으면서 들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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