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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힙합 유니버스

쇠와 피

IRON AND BLOOD

제 8 장

이것은 서른여섯 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국악 힙합 세 개의 삼부작 — 붓과 불의 이야기, 소금과 바다의 이야기, 그리고 눈과 쇠의 이야기. 아홉 장의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아홉 장으로 이어집니다. 여기는 제8장입니다. 처음부터 읽기 · 전체 줄거리

이전 이야기 · 제7장 「눈과 쇠」

그해 겨울 북쪽이 뚫렸다. 나라는 죄인을 사면했고, 포구에 닻을 내렸던 밀수꾼은 돛을 내리고 북으로 걸었다. 대장장이는 절에서 온 종을 녹였고, 마흔넷의 훈장은 종이와 먹을 지고 전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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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이야기 · 제6장 「섬과 별」

세 사람이 흰 돛을 올리고 북으로 갔다. 바다 한가운데서 해녀는 물로 돌아갔고, 속리산에서 옛 여인이 장부의 이름들에서 얼굴을 읽어냈다. 새벽에 암자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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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서라 하였다.

어디에 서라는 것인지 물었다. 여기, 이 줄에, 하였다.

배쇠는 그 말을 두 번 들었다. 한 번은 귀로 듣고, 한 번은 발로 들었다. 발이 먼저 움직이려 하였다. 삼십 년이 발에 배어 있었으니 그것은 배쇠의 잘못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삼십 년을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것이 그의 기술이었다. 관선이 오면 그는 이미 지나간 뒤였고, 불빛이 비치면 그는 벌써 그림자였다.

그런데 오늘은 서라 한다. 움직이지 말라 한다.

평생 익힌 것이 도망인데, 그것을 쓰지 말라 한다.

그래서 배쇠는 자기 발을 붙잡고 섰다.

옆에 선 놈이 그를 몰랐다.

어디서 왔느냐 묻지도 않았다. 스물 몇쯤 되어 보이는 관군이었다. 갑옷이 몸에 맞지 않아 어깨가 흘러내렸다.

그놈은 관군이고 배쇠는 사면받은 도적이었다. 두 달 전이었으면 그놈이 배쇠를 잡으러 왔을 것이다. 오늘은 둘 다 그냥 줄이었다.

그놈 손이 떨렸다. 배쇠의 손도 떨렸다.

떨리는 손 둘이 같은 창을 겨누고 있었다.

이런 것을 형제라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놈 옆에서 죽을 수 있다.

북이 울렸다.

그다음 일은 배쇠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소리가 있었고, 밀림이 있었고, 발밑이 미끄러웠고,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밀었다.

줄이 밀렸다. 뒤로 두 걸음, 세 걸음.

그러나 끊어지지는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이 이상하였다. 그는 버틴 기억이 없었다. 발에 힘을 준 기억도 없었다.

내가 버틴 것이 아니다.
옆이 버틴 것이다. 옆의 옆이 버틴 것이다.
그래서 나도 버틴 것이다.

이것을 그는 몰랐다. 삼십 년을 혼자 살았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해가 떴을 때 옆에 선 놈이 아직 서 있었다.

갑옷 어깨가 여전히 흘러내려 있었다. 얼굴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자기 것인지 남의 것인지 그놈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배쇠가 물병을 건넸다. 그놈이 받아 마시고 돌려주었다.

둘 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름은 여태 묻지 않았다.

다섯

사흘 뒤 북쪽이 물러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왕이 전선에 왔다.

의례용 북이 울리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왕은 말에서 내려 걸어왔다. 젊은 왕이었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북쪽이 물러갔다. 그대들이 세운 것이다. 과인이 그것을 안다."

"사면은 지켜질 것이다. 과인의 이름으로 약조하노라."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줄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여섯

"전하."

"말하라."

배쇠가 말하였다. 어제 아침에 사람 하나가 죽었다고. 싸움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싸움이 끝나고 죽었다고. 사면받은 자였고, 십 년 전 소금을 훔친 죄로 목이 잘렸다고.

"전하의 종이를 품에 넣고 죽었소. 그 종이에 전하의 옥새가 찍혀 있었소."

"그래서 묻소 — 그 종이가 무엇이오."

왕이 답하였다.

"그 사면은 전장을 덮는다. 전장 밖은 덮지 아니한다. 법이 그러하다."

"과인이 그 법을 세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인이 그 법 위에 앉아 있다."

"그 장수는 법대로 하였다. 그러니 그 장수를 벌하지 아니한다."

알겠소, 하고 배쇠가 말하였다.

일곱

그러고는 하나만 더 묻겠다 하였다.

"이 싸움이 끝나면 우리는 무엇이오."

"오늘은 줄이고, 내일은 무엇이오."

"전하 옆에 선 자와 전하가 사면한 자가 같은 흙을 밟고 같은 피를 흘렸는데, 그것이 내일 아침에도 남소. 아니면 내일 아침에 우리는 다시 도적이오."

왕은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수는 벌하지 않을 수 있어도, 내일 아침은 약조할 수 없다.

그 침묵 동안 배쇠의 손이 품으로 들어갔다.

젖은 종이 한 벌이 거기 있었다. 십 년을 바다가 지킨 이름들. 이 사람들을 죽인 자들의 이름.

이 세상에서 그것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두 걸음 앞에 서 있었다.

두 걸음이다.
두 걸음만 가면 된다.

손을 뺐다. 빈 손이었다.

왕이 그의 이름을 물었다. 없다 하였다. 그러면 그대로 두겠다, 하고 왕이 말하였다.

여덟

그 무렵 후방 천막에서는 다른 일이 있었다.

분이는 못 고친다. 그것부터 말해두는 사람이었다. 배가 열린 사람은 못 고치고, 피가 저리 나가는 사람도 못 고친다.

그녀가 하는 일은 손을 잡는 일이었다. 물을 적셔 입에 대는 일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었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듣는 일. 숨 사이로 나오는 것을 듣는 일. 잘 안 들리면 한 번 더 말해달라 하는 일.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으로 적는다.
관에서 준 번호 말고, 집에서 부르던 그 이름으로.

아홉

사흘째에 종이가 떨어졌다.

그래서 천에 적었다. 천이 떨어지자 나무에 적었다. 판자 조각, 화살대, 부러진 창자루.

나흘째 아침에 그녀는 살아 있는 사람의 팔에 적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 이 팔을 보고 읽으라고. 살아 있는 동안에 적어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싫어했다. 재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다 한 사람이 팔을 내밀었고, 그다음에 둘이 내밀었고, 그다음에는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박덕수. 김만복. 이돌이.

한 사람이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 적었소.

적었다 하였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눈을 감았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들었소. 아, 하고. 그 숨 하나를.

전투가 끝난 날, 스물세 사람이 누워 있었고 그녀는 열아홉까지 적었다.

넷은 이름을 묻지 못했다. 숨이 먼저 갔다.

그 넷은 빈 줄로 남았다.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였다. 급했다.

전투는 끝났는데 무엇이 급한가.

전령이 말에서 내렸다. 손에 교지가 있었다. 봉인이 붙어 있었다.

아무도 뜯지 않았다.

뜯지 않아도 다들 알았다. 싸움이 끝났으니 이제 죄인은 다시 죄인이다.

사람들이 일어섰다. 다친 자들도 일어섰다. 줄이 다시 생겼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열하나

그때 배쇠의 손이 다시 품으로 들어갔다.

분이가 그 손을 보았다.

"손을 빼시오."

배쇠가 그녀를 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오. 나도 사흘을 읽었소."

"그 종이가 저 사람들을 살립디까. 십 년 전에도 못 살렸소. 오늘도 못 하오."

"그 종이는 저들을 죽이지 않소. 그대를 죽이오."

배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것도 못 배웠소."

"열두 살 임금이 있었소. 숙부가 그 아이를 데려갔소. 여섯이 아니라 하고 죽었소. 그리고 여섯은 죽지 않고 나갔소. 벼슬을 버리고 산으로 갔소."

"죽은 여섯을 우리가 기억하오. 그런데 나간 여섯도 기억하오. 아무도 그들을 잊지 않았소."

죽는 것만 거절이 아니오.
사는 것도 거절이오. 나가는 것도 거절이오.

"그러면 이 이름들은 어찌하오."

"내게 주시오."

"그대가 무엇을 하겠소."

"아무것도 아니 하오. 다만 잃어버리지 않겠소."

"언제까지."

"물을 사람이 생길 때까지."

배쇠가 손을 뺐다. 빈 손이었다.

"잘하셨소."

봉인은 그대로 있었다. 아직 아무도 뜯지 않았다.

눈이 오고 있었다. 먹이 얼지 않게 품에 넣고, 그녀는 걸었다.

이 장의 음악

이 이야기는 음악으로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제8장 「쇠와 피」의 네 곡을 들으며 읽어 보세요.

demosaii · 쇠와 피 | Iron and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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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saii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국악과 힙합을 섞어 이야기를 만듭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장구가 붐뱁 비트 위에 만나고, 가사는 전곡 한국어입니다. 세 개의 삼부작, 아홉 장의 앨범, 서른여섯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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