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한국어/EN

조선 힙합 유니버스

소금과 파도

SALT AND WAVES

제 4 장

이것은 서른여섯 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국악 힙합 세 개의 삼부작 — 붓과 불의 이야기, 소금과 바다의 이야기, 그리고 눈과 쇠의 이야기. 아홉 장의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아홉 장으로 이어집니다. 여기는 제4장입니다. 처음부터 읽기 · 전체 줄거리

이전 이야기 · 제3장 「재와 씨앗」

봉기는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윤제는 형장에서, 탈쇠는 길 위로, 정안은 빈 손으로 산으로 돌아갔다. 사십 년 뒤 열여섯 살 분이가 마루 밑에서 종이 한 장을 찾아냈다.

제3장 「재와 씨앗」 다시 읽기 →

등장인물 이름을 누르면 그 인물의 이야기로 이동합니다 →

하나

교지를 읽는 목소리는 아침이었다.

죄인은 들으라. 붓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죄, 남녘 끝 섬으로 유배를 명하노라.

수겸은 무릎을 꿇고 그것을 들었다. 읽는 관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추워서였다. 그날 아침은 유난히 추웠고, 관원은 젊었고, 아마 이런 일을 처음 맡았을 것이다. 수겸은 그 떨림을 들으며 이상한 생각을 했다 — 이 사람은 오늘 저녁에 집에 가서 아내에게 무어라 말할까.

갓이 벗겨졌다. 도포가 찢겼다. 남은 것은 먹물 든 손가락뿐이었다.

한양의 문이 등 뒤에서 닫히는 소리를 그는 듣지 못했다. 문은 원래 조용히 닫힌다. 다만 걸음을 스무 번쯤 옮긴 뒤에 돌아보았을 때, 그 문은 이미 멀었다.

천 리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포졸 둘이 앞뒤로 섰다. 쇠사슬은 발목에만 채웠다. 손을 묶지 않은 것은 인정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 손이 묶이면 넘어질 때 얼굴이 먼저 닿고, 얼굴이 상하면 도착지에서 말이 나온다.

논밭이 끝나고 돌담이 낮아졌다. 어느 날부터 바람에서 소금 냄새가 났다.

주막에서 노파가 국 한 그릇을 내밀었다. 값을 치를 것이 없다고 하니 노파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포졸이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수겸은 그 국을 먹으며 알았다. 백성은 안다. 누가 죄인인지. 궐 안의 그들인지, 길 위의 나인지.

고개를 하나 넘자 세상이 끝났다.

아니 — 끝난 곳에서 바다가 시작했다.

섬으로 건네준 사람은 늙은 어부였다.

이름은 갑수라 했다. 관에서 삯을 준다 하여 나온 것인데, 삯이 얼마인지는 묻지 않았다. 배에 오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노를 잡고 앉아 있었으므로 수겸이 알아서 올랐다.

노 젓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한참 뒤에 갑수가 물었다.

"뭘 하다 오시오."

"글을 썼습니다."

"무슨 글을."

"있었던 일을."

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뭍이 멀어지는 것을 수겸은 돌아보며 세었다. 열두 번 노를 저을 때마다 뭍이 한 뼘씩 작아졌다.

그날 저녁 갑수는 마을에서 이렇게 말했다. 죄인이라 하던데, 눈은 맑더라. 바다는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

섬에서 유배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지붕 하나다.

먹을 것은 주지 않는다.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으나, 그 법을 지키려면 굶어야 하므로 아무도 그 법을 말하지 않는다. 수겸은 첫 달에 그물 깁는 법을 배웠고, 두 번째 달에 미역 말리는 법을 배웠다.

세 번째 달에 아이 하나가 초가 앞에 서 있었다.

"글을 아신다면서요."

"아느니라."

"제 이름을 써주십시오."

수겸이 모래 위에 그 아이의 이름을 썼다. 아이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발로 지웠다. 그리고 다시 써달라 했다. 그렇게 일곱 번을 썼다.

이레 뒤에는 아이가 셋이 되었고, 한 달 뒤에는 일곱이 되었다.

수겸은 그것이 위험한 일임을 알았다. 유배인이 사람을 모으면 그것만으로 죄가 된다. 그러나 모래는 파도가 지운다. 지워지는 곳에 쓰는 글은 아무도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는 십 년 만에 다시 즐거웠다.

다섯

배쇠가 그 섬에 처음 온 것은 그해 가을이었다.

밀수꾼에게 성이 있을 리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배쇠라 불렀다. 배를 타기 때문이었다.

그는 달이 구름 뒤로 숨는 밤에만 돛을 올렸다. 돛은 검게 물들여 두었다. 포구의 등불을 등 뒤에 두고 뱃머리는 별 하나만 보고 갔다. 수군의 관선은 밤에 코를 골았고, 세상이 잠들 때 배쇠는 깨어났다.

싣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소금 한 섬, 비단 한 필, 이름 없는 서찰 한 통. 값을 더 쳐주면 금지된 서책도 실었다.

그날 밤 그는 섬에 짐을 부리다가 초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았다.

"유배 온 선비가 산다더니."

"그렇소."

"밤에 뭘 하시오."

"쓰오."

"뭘 쓰시오."

수겸이 웃었다.

"당신이 실어 나르는 것과 같은 것이오."

배쇠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그는 글을 몰랐다. 그러나 자기가 무엇을 나르고 있는지는 알았다.

여섯

배쇠가 그 소문을 들은 것은 겨울 뱃길에서였다.

북쪽 여울에 십 년 전 배 한 척이 가라앉았다고 했다. 관의 문서를 실은 배였다고 했다. 바다 밑에 진실이 잠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못 들은 척했다.

아는 것이 많으면 오래 못 산다. 그것이 배쇠가 서른 해를 살아남은 방법이었다. 그는 나르기만 했고 열어보지 않았다. 궤짝에 무엇이 들었는지 물은 적이 없었고, 서찰을 누가 보내는지 알려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뱃머리가 자꾸 북쪽으로 돌았다.

그는 그것을 바람 탓이라 해두었다.

일곱

갑수는 사십 년을 그 바다에서 살았다.

큰아들은 풍랑에 데려가시고, 작은아들은 열병에 데려가시고, 아내는 기다리다 먼저 갔다. 사람들은 그에게 왜 아직도 바다로 나가느냐 물었다. 바다가 다 가져갔는데.

갑수는 그 물음에 대답한 적이 없다.

대답은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 빈 집에는 말을 걸 데가 없다.

동트기 전에 눈이 떠진다. 사십 년을 그리 살아왔으니 이제는 몸이 먼저 안다. 마디 굵은 손이 그물을 깁는다. 구멍은 기워도 세월은 못 깁는다.

젊어서는 만선 깃발을 올리고 포구가 떠나가라 웃었다. 지금은 빈 배로 돌아와도 그만이다. 파도 소리만 뱃전에 가득하면 그만이다.

다만 한 가지, 그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큰아들이 물에 잠기던 그 밤 — 그 밤에 북쪽 여울에서 배 한 척도 같이 가라앉았다. 관선인지 무엇인지 그는 모른다. 아들이 어째서 그 물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십 년을 물었으나 파도 소리뿐이었다.

여덟

섬의 여자들은 물에 들어간다.

뭍에서 그들은 아낙이다. 고개를 숙이고, 말을 아끼고, 이름 대신 누구의 어멈으로 불린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면 다르다. 물속에는 양반이 없고 상놈이 없다. 숨을 오래 참는 사람이 위고, 못 참는 사람이 아래다. 그것이 전부다.

그중 상군이 옥이였다.

옥이는 어미에게 배웠고, 어미는 그 어미에게 배웠다. 노를 저어 나가며 부르는 노래도 그렇게 배웠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가서 돌아오지 않는 섬의 이름이었다.

새벽 물안개가 걷히기 전에 태왁을 안고 물로 걸어간다. 숨 하나만 품고 내려간다. 갓 쓴 양반도 못 가는 곳, 그물 던진 사내도 못 닿는 곳으로.

그리고 올라올 때, 물 위로 숨이 터진다.

휘이 — 하는 그 소리를 섬에서는 숨비소리라 했다.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아홉

수겸이 그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봄이었다.

바닷가에 앉아 있는데 물 위에서 휘파람 같은 것이 났다. 새인 줄 알고 고개를 들었더니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 하나가 물 위에 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옆에 있던 아이에게 물었다.

"숨비소리라 하오."

"무슨 뜻이냐."

"숨이 다 되어 올라오면서 내는 소리요."

수겸은 그날 저녁 초가에서 그 소리를 다시 생각했다.

숨이 다 되어 올라오면서 내는 소리. 죽지 않았다는 소리. 그는 자기가 지난 십 년 동안 낸 모든 소리가 그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해 여름, 옥이는 북쪽 여울에서 검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깊은 바닥이었다. 그쪽은 물살이 세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으나, 그날은 물이 이상하게 맑았다.

갈라진 뱃전에 궤짝이 잠들어 있었다. 물고기들이 그 사이를 드나들었다. 궤짝 하나가 반쯤 열려 있고, 그 안에 종이 같은 것이 보였다. 물속에서 종이는 종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흐물흐물하고 하얗다.

옥이는 그것을 보고 올라왔다.

숨이 다 되어서였다. 그러나 숨이 남았어도 손을 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뭍의 비밀은 뭍에 두는 것이다.

그날 저녁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말하지 않았다.

열하나

그리하여 그해가 저물 무렵, 그 작은 섬에는 네 사람이 있었다.

진실을 썼다는 죄로 유배 온 선비가 있었다. 달이 숨는 밤에만 돛을 올리는 밀수꾼이 있었다. 바다가 다 가져간 늙은 어부가 있었다. 그리고 물속에서만 주인인 여자가 있었다.

넷은 서로를 알았다. 섬이 작으므로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그러나 자기들이 같은 이야기 안에 있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몰랐다.

바다 밑에 배 한 척이 십 년째 누워 있었고, 그 안에 이름들이 잠들어 있었고,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중 하나뿐이었으며, 그 하나는 말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겨울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겨울 뒤에는 폭풍이 온다.

이 장의 음악

이 이야기는 음악으로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제4장 「소금과 파도」의 네 곡을 들으며 읽어 보세요.

demosaii · 소금과 파도 | Salt and Waves

이 앨범의 가사 전문 보기 →

demosaii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국악과 힙합을 섞어 이야기를 만듭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장구가 붐뱁 비트 위에 만나고, 가사는 전곡 한국어입니다. 세 개의 삼부작, 아홉 장의 앨범, 서른여섯 곡.

#조선힙합 #국악힙합 #웹소설 #사극 #한국힙합 #퓨전국악 #demosa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