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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힙합 유니버스

먹과 불씨

INK AND EMBERS

제 2 장

이것은 서른여섯 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국악 힙합 세 개의 삼부작 — 붓과 불의 이야기, 소금과 바다의 이야기, 그리고 눈과 쇠의 이야기. 아홉 장의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아홉 장으로 이어집니다. 여기는 제2장입니다. 처음부터 읽기 · 전체 줄거리

이전 이야기 · 제1장 「피와 안개」

이름도 무덤도 남지 않은 여자가 궁궐에서 죽었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왕은 독을 쓴 손이 조정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날부터 상소에 먹 대신 피를 찍기 시작했다.

제1장 「피와 안개」 다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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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윤제가 상소를 올린 것은 스물아홉 살 되던 해 삼월이었다.

전날 밤 그는 그것을 세 번 고쳐 썼다. 세 번째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초를 끄지 않고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망설여서가 아니라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는 자기가 쓴 문장이 마음에 들면 오래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었다.

새벽에 그는 관복을 입고 그 종이를 품에 넣었다.

상소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십 년간 세 차례의 사화가 있었고, 그 사화의 죄목이 모두 같은 문장으로 적혀 있으며, 같은 문장이 세 번 반복되었다는 것은 그 문장이 사실이 아니라 서식이라는 뜻이라고. 윤제는 그것을 조목조목 적었다. 감정은 한 줄도 넣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자기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다.

사흘 뒤 그는 의금부에 있었다.

문초를 받는 동안 그는 세 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 누가 시켰느냐. 누가 함께 썼느냐. 그 종이를 누구에게 보였느냐. 윤제는 세 번 같은 대답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문초가 끝나고 판결이 내려졌다. 참형은 면했다. 대신 제주였다.

압송되어 나가던 날, 옥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누군가 침을 뱉었다. 사흘 전까지 그를 충신이라 부르던 사람이었다.

제주의 바람은 육지의 바람과 다르다.

육지의 바람은 지나가지만 제주의 바람은 머문다. 초가 한 칸에 앉아 있으면 벽 틈으로 그 바람이 들어와 밤새 사람 곁에 있다. 윤제는 첫 겨울에 그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고, 두 번째 겨울에는 그 소리가 없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낮에 그는 어부 행세를 했다. 그물을 던지는 법을 배웠고, 못 배웠으나 배우는 척했다. 유배인은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법도 있었으나 그 법을 지키게 하려면 먹을 것을 주어야 했고, 아무도 주지 않았으므로 아무도 그 법을 말하지 않았다.

밤에 그는 붓을 들었다.

종이는 귀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 흙바닥에 썼다. 다 쓰고 나면 발로 지웠다. 어느 날 마을 아이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지울 걸 왜 쓰시오."

윤제가 답했다.

"지울 것을 쓰는 게 아니다. 외울 것을 쓰는 거다."

그 아이가 이듬해 종이 한 묶음을 가져왔다. 어디서 났느냐 물으니 대답하지 않았다.

삼 년째 되던 해 봄, 젊은 사내 하나가 초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의 글이 한양까지 갔습니다."

윤제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글은 이 섬을 나간 적이 없었다.

"장터에서 노래로 돌아다닙니다. 광대가 부르는데, 가사가 스승님 문장입니다."

"내 문장이라 하였느냐."

"제가 외웠습니다. '같은 죄목이 세 번 적히면 그것은 죄가 아니라 서식이다.'"

윤제는 오래 말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쓴 것이 종이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종이는 태우면 없어진다. 그래서 그는 자기 글이 언젠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십 년을 살았다.

그런데 그것이 노래가 되어 있었다.

노래는 태울 수 없다.

탈쇠에게는 성이 없었다.

천민에게 성을 주는 관례가 없었으므로 그는 아명 하나로 평생을 살았고, 그 아명도 사람들이 편한 대로 불렀다. 장터에서는 그를 탈쇠라 했다. 탈을 쓰고 나오기 때문이었다.

종로 네거리에서 그가 판을 벌이면 사람이 모였다. 그가 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먼저 양반 탈을 쓰고 나와 뒷짐을 지고 걷는다. 그 걸음을 사람들이 알아본다. 그리고 지팡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데, 넘어지면서도 뒷짐을 풀지 않는다. 사람들이 웃는다. 그 웃음이 무엇을 웃는 웃음인지는 웃는 사람만 안다.

포도청 나졸이 그것을 여러 번 보았다. 잡을 수는 없었다. 탈쇠는 한 번도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감이라고도, 저 대감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뒷짐을 지고 걸었을 뿐이다.

"저놈은 언젠가 잡힌다."

한 나졸이 말했다. 다른 나졸이 답했다.

"무슨 죄로."

다섯

제주에서 온 글이 탈쇠의 손에 들어온 것은 어느 봄이었다.

배를 타고 온 장사치가 소금 가마니 사이에 종이 한 장을 끼워 왔다. 탈쇠는 글을 조금 읽었다. 아주 조금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종이를 주막의 늙은 훈장에게 가져가 소리 내어 읽어달라 했다.

훈장이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종이를 접었다.

"이건 위험한 글일세."

"무슨 뜻이오."

"쉬운 뜻이야. 그래서 위험한 걸세."

탈쇠는 그 자리에서 그것을 외웠다. 세 번 듣고 외웠다. 광대는 원래 외우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그 종이를 훈장 앞에서 태웠다.

"어허, 아깝지 않은가."

"종이는 잡히지만 소리는 안 잡히오."

이레 뒤, 종로 장터에 새 노래가 하나 돌았다. 곡조는 흔한 타령이었고 가사는 우스웠다. 어느 고을 원님이 같은 문서를 세 번 베껴 쓴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웃었다.

한 달 뒤 그 노래는 개성에 있었고, 두 달 뒤에는 평양에 있었다.

여섯

속리산 암자의 여승은 법명을 정안이라 했다.

고요할 정, 편안할 안. 그 이름을 지어준 노스님은 이 년 뒤에 입적했고, 그러므로 그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정안 자신뿐이었다.

정안은 열일곱까지 궁 담장 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대사간이었다. 사화가 터지던 밤, 정안은 마루 밑에 숨어서 아버지가 끌려 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신을 신겨달라고만 했다. 나졸이 신을 신겼다. 그 장면이 정안의 안에 남았다 — 비명이 아니라, 신을 신기던 손이.

어머니는 관비가 되었다. 정안은 문중 아주머니 손에 맡겨졌다가 스물셋에 머리를 깎았다.

목탁을 치면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경을 외면 덮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천 번을 외웠다. 눈을 감으면 아버지의 발과 나졸의 손이 보였다.

"부처님."

정안이 어느 밤에 말했다.

"이건 기도가 아닙니다."

일곱

산 아래에서 노래가 올라온 것은 그해 가을이었다.

나무를 지고 올라온 사내가 흥얼거리고 있었다. 정안은 그 곡조를 들었고, 그다음에 가사를 들었다.

"그 노래를 어디서 들었소."

"장터에서 다 부르는 겁니다요."

"한 번 더 불러보시오."

사내가 웃으며 불렀다. 우스운 노래라 생각하고 불렀다.

정안은 끝까지 들었다.

그 노래 안에 있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같은 죄목이 세 번 적혔다는 이야기였다. 세 번 중 한 번이 정안의 아버지였다.

정안은 그날 밤 잠을 자지 않았다. 다음 날도 자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정안은 목탁을 내려놓고 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승복을 벗지 않았다. 벗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여덟

정안과 탈쇠가 만난 것은 종로 뒷골목의 주막에서였다.

정안이 먼저 물었다.

"그 노래, 누가 지었소."

"제가 지었소."

"거짓말이오."

탈쇠가 잠시 정안을 보았다. 삭발한 머리, 낡은 승복, 그리고 눈.

"제주에서 온 글이오."

"이름은."

"모르오. 알면 위험하오."

"나는 그 이름을 알아야겠소."

"어찌하여."

정안이 답했다.

"그 사람이 쓴 세 번 중 한 번이 내 아버지요."

탈쇠는 그날 밤 처음으로 남에게 그 이름을 말했다.

아홉

봉화가 오른 것은 그해 시월 스무이레 밤이었다.

첫 불은 제주에서 올랐다. 배로 사흘 걸리는 거리였으므로 그것은 신호가 아니라 약속이었다 — 우리가 시작했다는 약속. 두 번째 불은 속리산에서 올랐고, 세 번째는 종로 저잣거리에서 올랐다.

탈쇠는 탈을 쓰지 않았다. 십 년 만에 맨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 장구채를 꺾어 버리고 횃불로 바꾸었다.

정안은 승복 차림 그대로 궁궐 담 앞에 섰다. 누군가 저 여승은 무엇이냐 물었고,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정안은 담 너머를 향해 아버지의 이름을 불렀다. 한 번 불렀다. 그러자 뒤에서 다른 사람이 다른 이름을 불렀다. 또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그날 밤 궁궐 앞에서 불린 이름은
사백 하고도 몇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새벽에 군사가 들어왔다. 봉기는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저잣거리에 불이 붙었고, 붙은 불은 봉화가 아니라 그냥 불이었다.

탈쇠는 살아남았다. 왜 자기만 빠져나왔는지 그는 평생 알지 못했다.

정안은 잡혔다가 풀려났다. 여승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여승을 역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정해두지 않았다. 정안은 걸어서 속리산으로 돌아갔다. 승복에 연기 냄새가 뱄고, 그 냄새는 세 번을 빨아도 지지 않았다.

제주에서 윤제가 압송된 것은 열흘 뒤였다.

배에 오르기 전, 그는 초가에 있는 종이를 전부 태웠다. 태우면서 아이 하나를 불렀다. 종이를 가져다주던 그 아이였다. 이제 열여섯쯤 되었을 것이다.

"외울 수 있겠느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제가 마지막 장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세 번 만에 외웠다.

그리고 윤제는 그 종이도 태웠다.

이 장의 음악

이 이야기는 음악으로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제2장 「먹과 불씨」의 네 곡을 들으며 읽어 보세요.

demosaii · 먹과 불씨 | Ink and E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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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국악과 힙합을 섞어 이야기를 만듭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장구가 붐뱁 비트 위에 만나고, 가사는 전곡 한국어입니다. 세 개의 삼부작, 아홉 장의 앨범, 서른여섯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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