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 딸랑)
오셨습니까
문은 닫고, 신은 벗고
여기선 거짓말이 안 통해요
(징—)
낮에는 날 보고 침을 뱉지
밤에는 가마 타고 내 문을 두드리지
갓 벗고 무릎 꿇고 손을 비벼
신령님 앞에선 양반도 천민도 없어
아들 낳게 해 다오, 벼슬 내려 다오
저 집 논이 우리 논 되게 해 다오
바라는 건 많은데 내놓는 건 쌀 한 되
신령님이 웃으셔, 값이 안 맞다고
방울을 흔들면 눈이 돌아가
나는 하늘 말을 하고 저쪽은 받아 적어
하늘이 뭐라던가? 하늘은 조용해
말은 내가 지어, 믿음은 저쪽이 내
신령님이 오셨다 — (오셨다)
신령님이 물으신다 — (물으신다)
무얼 바라느냐, 무얼 내놓느냐
쌀 한 섬이면 — 하늘이 열린다
방울 소리 — (딸랑)
징 소리 — (징)
모르는 건 없고 — 공짜도 없다
오늘 손님은 사또댁 마님
비단 치마 끌고 뒷문으로 오셨네
남편 사주 적은 종이를 내밀어
언제쯤 떠나느냐고 — 하늘 뜻을 물어
떠나다니, 어디로? 마님이 눈을 피해
나는 알아들었어, 종이를 접어 품에
그 양반 밤마다 나를 찾아 와서
마님 사주 들고 똑같은 걸 물었거든
둘 다 내 손님, 둘 다 내 쌀
하늘 뜻은 하나, 값은 두 번 받아
누가 먼저 떠날지 나는 알고 있지
더 많이 내는 쪽이 — 더 오래 살아
북을 쳐라
더 세게 쳐라
신령님 귀가 어두우시다
(쌀을 더 내라)
신령님이 오셨다 — (오셨다)
신령님이 물으신다 — (물으신다)
무얼 바라느냐, 무얼 내놓느냐
쌀 한 섬이면 — 하늘이 열린다
방울 소리 — (딸랑)
징 소리 — (징)
모르는 건 없고 — 공짜도 없다
(징—)
안녕히 가십시오, 마님
나리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