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사려 — 엿 사려 —)
닷새 만에 장이 섰다
종로야, 일어나라
(어이!)
해 뜨기 전에 짐꾼부터 줄을 서
쌀 장수 떡 장수 자리싸움에 침을 뱉어
저 골목 끝엔 벌써 왈패 셋이 서서
가게마다 한 푼씩, 오늘도 걷어 가
주막 구석엔 어제 그 사내
세 사발 앞에 놓고 손을 보고 있네
사람들이 길을 비켜, 아무도 말을 안 걸어
그래도 국밥 한 그릇은 주인이 그냥 줘
방울 소리 들리면 다들 고개 돌려
무당이 지나가, 양반 마님 뒤를 따라
낮에는 모른 척, 밤에는 쌀 한 섬
장날엔 하늘도 값이 있더라
장이 섰다 — (장이 섰다!)
다 나와라 — (다 나와라!)
있는 놈도 없는 놈도 한 바닥에 서
오늘 하루 종로는 — 다 우리 거
사려 사려 — (사려!)
오늘만 — (오늘만!)
닷새 뒤에 또 보자, 살아 있으면
비단 두루마기 입은 젊은 양반 하나
나물 파는 노파 앞을 못 본 척 지나가
노파는 바구니를 끌어안고 길을 비켜
나는 봤지, 둘이 눈이 똑같다는 걸
그 옆에 거간꾼이 손을 비비며 웃어
집 하나 팔았다고, 수고비는 받았다고
누구 집이었냐고 물으니 그냥 웃어
오늘 밤은 주막에서 잔다더라
빨래터 돌 위에 계집종 하나
방망이를 치면서 뭘 그리 듣고 있나
어젯밤 어느 댁 얘기가 물에 섞여
장날 소문은 다 거기서 시작돼
해가 기울면 짚신 하나 흙투성이
고개 푹 숙이고 장터를 가로질러
뒤를 안 봐, 아무도 안 불러
저놈은 오늘 밤 어디까지 갈까
장이 섰다 — (장이 섰다!)
다 나와라 — (다 나와라!)
있는 놈도 없는 놈도 한 바닥에 서
오늘 하루 종로는 — 다 우리 거
사려 사려 — (사려!)
오늘만 — (오늘만!)
닷새 뒤에 또 보자, 살아 있으면
사또는 안 와
왕은 더 안 와
근데 장은 서, 닷새마다 서
(어이!)
장이 섰다 — (장이 섰다!)
다 나와라 — (다 나와라!)
있는 놈도 없는 놈도 한 바닥에 서
오늘 하루 종로는 — 다 우리 거
사려 사려 — (사려!)
오늘만 — (오늘만!)
닷새 뒤에 또 보자, 살아 있으면
(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