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패턴 불일치
출처 확인 불가
원인 미상
분류: 오류
투명한 벽에 손을 대면
푸른 선이 맥을 따라가
내가 본 적 없는 바다까지
차가운 빛이 하나씩 읽어
“언제였습니까?”
대답할 수 없어
“누구와 있었습니까?”
이름도 몰라
그런데 젖은 솔 냄새만은
묻기도 전에 다시 피어나
살지 않은 집의 창문까지
눈을 감으면 너무 선명해
없었다면 왜 남아 있지
거짓이면 왜 이렇게 아프지
틀렸다는 네 글자 아래
작은 무늬 하나 번져 가
오류라 적힌 자리마다
이상한 꽃이 피어나
기록되지 않은 마음들이
유리 위에 잎을 펼쳐
정답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이름 없는 감각 하나
설명할 수 없는 것들까지
없던 일은 되지 않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로
같은 검사가 계속 이어져
한 사람은 여름의 눈을 말해
또 한 사람은 없는 딸을 불러
누구의 기억도 같지 않은데
화면 위 선은 닮아 있었어
갈라지고 다시 이어지는
작은 가지와 푸른 꽃잎
그들은 병든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야
그저 시스템이 가진 말 안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을 뿐
검증 실패
근거 없음
일치 항목 없음
재분류 권고
표본 없음, 원본 없음
좌표 없음, 시간도 없음
확률 낮음, 검증 불능
그래서 이름은 오류
하지만 맥박은 왜 빨라져
냄새는 왜 먼저 돌아와
존재하지 않은 장면 하나가
왜 내 몸보다 나를 잘 알아
숫자는 틀린 곳을 가리키고
나는 그 틈에서 꽃을 봐
모르는 걸 지우는 대신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잖아
없었다면 왜 남아 있지
거짓이면 왜 함께 울지
차가운 화면 가장자리
푸른 꽃이 계속 번져 가
오류라 적힌 자리마다
이상한 꽃이 피어나
기록되지 않은 마음들이
유리 위에 잎을 펼쳐
정답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이름 없는 감각 하나
설명할 수 없는 것들까지
없던 일은 되지 않아
검사가 끝난 뒤
화면은 모두 꺼지고
마지막 푸른 꽃 하나만
유리 위에 남아 있어
나는 가방 속 한지를 꺼내
빈 장을 빛에 비춰 봐
그리고 처음 발견해
종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똑같은 꽃의 무늬
오류가 아니야
아직
이름이 없을 뿐
오류라 적힌 자리에서
푸른 꽃이 길을 열어
기록되지 않은 계절들이
한 장 안에 겹쳐 보여
정답을 찾으러 온 게 아냐
거짓을 밝히러 온 것도 아냐
설명되지 않는 마음에도
살아 있을 자리는 있어
분류 불가
나는 그 말을
처음으로 두려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