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부터
손님이 줄었다
대문은 일찍 닫혔고
말소리는 낮아졌다
사랑채 불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밖에서 돌아오면
옷도 벗지 않고 앉아 있었다
누가 불려 갔다는 말
누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
누구 집 대문이
봉해졌다는 말
나는 그 이름들을 알았다
모두
우리 집 마루에 앉았던 사람들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사람이 받아 적고
받아 적은 말은
또 한 사람을 부른다
역적과 손을 잡고
나라를 어지럽혔다
그 죄가 무거우니
엄히 다스리소서
이름만 바꿔
다시 한 번
그러다 그 이름이 나왔다
아버지의 오랜 벗
내게 첫 붓을 준 사람
설날이면 제일 먼저 와서
내 글씨를 칭찬하던 사람
지난 가을 아버지는 말했다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말을 기억했다
아버지도
기억할 거라 믿었다
그날 밤
사랑채 문틈으로 보았다
아버지 앞에 종이 한 장
붓이 한참
멈춰 있다가
내려왔다
반듯하게
반듯하게—
"그분은 죄가 없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습니까."
아버지는 붓을 씻었다
물이
검게 흐려졌다
"나는 그의 벗이기 전에
네 아버지다."
그리고 정말로
조용해졌다
손님이 다시 왔고
대문이 다시 열렸고
어른들은 다시 웃었다
아무도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조정의 바람이 바뀌었다
밀려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돌아온 사람들은
명단을 들고 왔다
그날 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횃불
나졸들
마당을 가득 채운 발소리
아버지는 옷을 갖춰 입고 나가
조용히 말했다
"문서를 보여 주시오."
역적과 손을 잡고
나라를 어지럽혔다
그 죄가 무거우니
엄히 다스리소서
이름만 바꿔
이번에는—
나는 아버지 어깨 너머로
첫 줄을 읽었다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글씨는
반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