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 종이 울린다
스물여덟 번
문을 닫아라
해 지면 길은 내 것이 아니야
횃불 든 놈들이 골목을 쓸어
발소리 죽여, 숨도 죽여
담 넘어 담, 지붕 넘어 지붕
잡히면 곤장, 잡히면 끝
근데 난 아직 집에 안 가
밤이 길어야 내가 산다
밤이 길어야 내가 산다
누구냐 — (쉿)
어디 가냐 — (쉿)
횃불이 온다 — (숨어)
순라 순라 — 뛰어
순라 순라 — 숨어
파루까지, 파루까지
살아남아라
북촌 양반 담은 높고
남촌 골목은 쥐도 길을 잃어
개천 다리 밑에 몸을 접고
물소리로 심장을 덮어
횃불 셋, 창 셋, 발 여섯
하나 둘 셋 — 지나간다
동이 틀 때까지 서른세 번
종이 울려야 내가 걷는다
스물여덟 번 닫히고
서른세 번 열린다
그 사이는 — 내 거야
순라 순라 — 뛰어
순라 순라 — 숨어
파루까지, 파루까지
살아남아라
파루 — 종이 울린다
서른세 번
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