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획에 담긴 진실
왕이 두려워한 건 칼이 아니라 먹이었다
성균관 마당에서 붓을 잡던 손
과거시험 장원급제 내 이름이 올랐다
사간원에 서서 직언을 올렸더니
상소문 한 장에 내 벼슬이 날아갔다
충신이라 불리던 이름이 하루아침에
역적의 이름표로 바뀌었다
의금부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진실을 쓴 죄라면 기꺼이 받겠다
유배길 천 리 걸어
제주도 바람 속에 던져졌다
붓은 부러졌지만 손가락은 남았다
흙바닥에 써도 글은 글이다
붓끝에 칼을 숨겨
한 글자가 천 명을 깨운다
먹물이 마르기 전에
이 진실이 궁궐 담을 넘는다
지워라, 불태워라
재 속에서 글자가 다시 피어난다
왕이여 두려워하라
네가 못 죽이는 건 생각이다
초가집 한 칸에 먹 하나 숨겨두고
밤마다 한지 위에 세상을 다시 그렸다
낮에는 어부 행세 그물을 던지고
밤에는 선비의 손 다시 붓을 들었다
제자 하나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의 글이 한양까지 퍼졌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장터에서 주막으로
왕이 지운 글이 백성의 노래가 됐다
종이가 없으면 벽에 쓰고
벽이 없으면 바람에 실어 보낸다
권력은 먹을 두려워하고
먹은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붓끝에 칼을 숨겨
한 글자가 천 명을 깨운다
먹물이 마르기 전에
이 진실이 궁궐 담을 넘는다
지워라, 불태워라
재 속에서 글자가 다시 피어난다
왕이여 두려워하라
네가 못 죽이는 건 생각이다
사초를 고치라는 왕명이 내려와도
붓을 꺾을 수는 있어도 진실은 꺾을 수 없다
조광조가 걸었던 길
정약용이 견뎠던 밤
이 유배지에서 나는 그들의 뒤를 잇는다
역사는 왕이 쓰는 게 아니다
살아남은 글자가 쓰는 거다
붓끝에 칼을 숨겨
한 글자가 천 명을 깨운다
먹물이 마르기 전에
이 진실이 궁궐 담을 넘는다
지워라, 불태워라
재 속에서 글자가 다시 피어난다
왕이여 두려워하라
네가 못 죽이는 건 생각이다
바람이 글자를 실어 나른다
천 리 밖 유배지에서
한양의 벽에 내 글이 핀다
붓은 부러져도 먹은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