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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 불씨 · TRACK 4

마지막 봉화

THE LAST SIGNAL FIRE

앨범 먹과 불씨 · 4번 트랙  ·  이 장의 이야기 읽기 →

봉화가 올랐다
첫 번째 불은 제주에서
두 번째 불은 속리산에서
세 번째 불은 저잣거리에서
네 번째 불은 여기 네 가슴에서

유배지에서 마지막 글을 썼다
이번엔 시가 아니라 봉기문이다
십 년을 참았다 십 년을 숨겼다
붓끝에 숨긴 칼을 이제 꺼낸다
제주 바람이 이 글을 실어 보낸다
광대의 손에 닿고 백성의 입에 올랐다
더 이상 먹으로 쓸 시간이 없다
글자가 불씨가 되는 밤이 왔다

산에서 내려왔다
승복을 벗지 않았다 이것이 내 갑옷이니까
목탁 대신 횃불을 들었다
기도는 끝났다 이제 내 차례다
분노를 놓으라 하셨지만
오늘 밤 분노가 길을 밝힌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산에서 산으로 불이 번진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한 사람의 불씨가 만 개의 불이 된다
선비의 먹이 광대의 노래가 됐고
광대의 노래가 백성의 함성이 됐다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오늘 밤 우리가 봉화다

탈을 벗었다 더 이상 광대가 아니다
장구채를 꺾고 횃불로 바꿨다
십 년간 웃으면서 독을 품었다
양반의 걸음을 흉내 내던 이 발이
오늘은 궁궐을 향해 걷는다
저잣거리 백성이 뒤를 따른다
포졸이 칼을 빼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천 명의 목소리가 하나의 칼보다 무겁다

경복궁 담 너머로 함성이 들린다
왕이여 창문을 열어라
네가 지운 글이 돌아왔다
네가 죽인 자들이 돌아왔다
재 속에서 피어난 글자처럼
우리는 네가 못 죽인 생각이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산에서 산으로 불이 번진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한 사람의 불씨가 만 개의 불이 된다
선비의 먹이 광대의 노래가 됐고
광대의 노래가 백성의 함성이 됐다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오늘 밤 우리가 봉화다

(Male) 나는 붓으로 시작했다
(Female) 나는 기도로 시작했다
(Male) 글이 노래가 됐다
(Female) 기도가 불이 됐다
(Male) 먹이 마르지 않는다
(Female) 분노가 꺼지지 않는다
(Both) 우리는 따로 시작했지만
(Both) 오늘 밤 하나의 불이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팔도에서 불이 올랐다
봉화를 올려라 봉화를 올려라
이 불은 비로도 꺼지지 않는다
유배지의 먹이 산사의 기도가 됐고
산사의 기도가 저잣거리를 깨웠고
저잣거리가 온 나라를 깨웠다
오늘 밤 조선이 눈을 뜬다

봉화는 꺼져도
불씨는 남는다
먹과 불씨
먹과 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