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앨범 가사 전문 목차 · Contents 전곡 · All songs 줄거리 · Story 전자책 · Book 역사 노트 · History 인물 · Characters 가사 검색 · Search 연표 · Timeline 그 종이 · The ledger 문의 · Contact
한국어/EN

먹과 불씨 · TRACK 3

산사의 여인

THE WOMAN AT THE MOUNTAIN TEMPLE

앨범 먹과 불씨 · 3번 트랙  ·  이 장의 이야기 읽기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산이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묻는다

속리산 깊은 골 암자 하나에
삭발한 머리 위로 달빛이 내린다
비단 저고리 벗고 승복을 입던 날
거울 속 얼굴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궁궐에서 태어나 궁궐에서 자랐다
대비마마 옆에서 예법을 배웠다
사화가 터지던 밤 아버지가 끌려갔다
어머니는 종이 됐고 나는 죽은 사람이 됐다

경을 읽으면 잊을 수 있을까
목탁을 치면 분노가 사라질까
천 번을 외워도 눈을 감으면
아버지의 비명이 경문을 덮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이건 기도가 아닙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건 이를 악문 비명입니다
승복 아래 화상 자국
궁궐 불길에 데인 이 몸
용서하라 하셨지만
타버린 집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봄이 와도 매화가 예쁘지 않다
꽃이 피면 어머니 정원이 떠오른다
여름 빗소리에 아버지 목소리 듣고
가을 낙엽에 불타던 사가를 본다
겨울만이 나를 편하게 한다
얼어붙은 세상이 내 마음과 같으니까
산 아래 마을에서 소문이 올라온다
장터의 광대가 부르는 노래 속에
궁궐의 진실이 숨어있다 했다
내가 아는 그 진실 내가 살았던 그 진실

경을 읽으면 잊을 수 있을까
목탁을 치면 분노가 사라질까
천 번을 외워도 눈을 감으면
피 냄새가 향 냄새를 이긴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이건 기도가 아닙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건 이를 악문 비명입니다
승복 아래 화상 자국
궁궐 불길에 데인 이 몸
용서하라 하셨지만
타버린 집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스물셋에 머리를 깎았다
세상이 나를 죽였으니 나도 세상을 죽였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산속에 숨어도 분노는 따라온다
목탁 소리로 덮으려 해도
심장이 목탁보다 크게 뛴다
부처님께 묻는다
분노를 놓으라 하셨는데
분노가 나를 놓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이건 기도가 아닙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건 살아남은 자의 포효입니다
승복을 찢어도 이 몸은 기억한다
불길과 비명과 무너진 대들보
용서는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살아가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산이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계속 묻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