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은 들으라
붓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죄
남녘 끝 섬으로 유배를 명하노라
한양의 문이 등 뒤에서 닫히고
새벽 안개가 내 이름을 지운다
갓은 벗겨지고 도포는 헤지고
남은 것은 먹물 든 손가락뿐
포졸의 발소리 쇠사슬 소리
천 리 길이 발 아래 놓였다
내가 쓴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진실이 죄가 되는 나라였다
유배길 유배길
남녘으로 남녘으로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아
유배길 유배길
바다가 나를 부른다
논밭이 끝나고 돌담이 낮아지고
바람에서 소금 냄새가 난다
주막의 노파가 국 한 그릇 내밀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백성은 안다 누가 죄인인지
궐 안의 그들인지 길 위의 나인지
손은 묶어도 글은 묶지 못하니
머릿속에 천 장의 종이가 있다
유배길 유배길
남녘으로 남녘으로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아
유배길 유배길
바다가 나를 부른다
고개를 넘자 세상이 끝났다
아니 끝난 곳에서 바다가 시작했다
파도가 밀려와 내 발목을 잡고
수평선이 내 형량을 읽는다
사공이 노를 젓고 갈매기 울고
뒤돌아보면 뭍이 멀어진다
임금은 나를 버렸으나
바다는 나를 받아주는구나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