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다 가져갔는데
왜 아직도 바다로 나가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동트기 전에 눈이 떠진다
사십 년을 그리 살아왔으니
마디 굵은 손이 그물을 깁는다
구멍은 기워도 세월은 못 깁지
큰놈은 풍랑에 데려가시고
작은놈은 열병에 데려가시고
아내는 기다리다 먼저 갔으니
빈 집 대신 바다에 말을 건다
늙은 그물 늙은 그물
바다는 주고 바다는 뺏는다
늙은 그물 늙은 그물
그래도 새벽이면 노를 젓는다
젊어서는 만선 깃발 올리고
포구가 떠나가라 웃었었지
지금은 빈 배로 돌아와도
파도 소리만 뱃전에 가득하다
지난달엔 뭍에서 온 선비 하나
내 배에 태워 섬까지 건넸다
죄인이라 하던데 눈은 맑더라
바다는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
늙은 그물 늙은 그물
바다는 주고 바다는 뺏는다
늙은 그물 늙은 그물
그래도 새벽이면 노를 젓는다
북쪽 여울에 배가 가라앉던 밤
내 큰놈도 그 물에 있었다
관선인지 무언지 나는 모른다
바다 밑 일은 바다만 알겠지
요즘도 물질하는 처녀 하나
숨비소리 물 위로 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살았구나 오늘도 살았구나
바다가 다 가져갔지만
나에게는 바다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