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건진 궤짝이오
선비 양반이 읽을 줄 안다 들었소
나는 글을 모르오
무엇을 안고 왔는지 알아야겠소
젖은 문서를 조심스레 펼친다
승정원 도장 사관의 필체
십 년 전 봉기가 있던 그 해
조정이 감추고 싶었던 기록들
거짓 증언을 산 자들의 이름이다
사람을 엮어 죽인 자들의 장부다
붓을 놓고 일어섰다
내가 왜 이 섬에 왔는지 이제 안다
진실을 써서 유배 온 것이 아니다
진실이 묻힌 곳으로 보내진 것이다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바다가 십 년을 지킨 글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불은 태워도 소금은 지킨다
죽은 자가 감춘 것을
산 자가 이어받는다
나를 지운 손과 이 배를 지운 손이
같은 손이다 같은 도장이다
입을 막으려 가라앉힌 것이다
배 한 척째로 사람째로
늙은 어부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십 년을 모르고 살았다
그 뼈들이 기다리는 것은
고요가 아니라 이름이다
이 글이 완성되면
그들은 비로소 이름으로 돌아간다
소금이 지운 곳은 비워두겠다
빈 곳도 증거이니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바다가 십 년을 지킨 글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불은 태워도 소금은 지킨다
죽은 자가 감춘 것을
산 자가 이어받는다
바다는 내게 늘 너그러웠소
숨을 캐고 전복을 캐도 탓하지 않았소
그러나 죽은 자의 곁을 파헤치면
바다가 나를 용서하겠소
이름이라 하였소
그럼 새벽 물때에 내려가겠소
죽은 자들이 지킨 것을
산 자들이 이어받아야 하니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바다가 십 년을 지킨 글
소금 편지 소금 편지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는다
죽은 자가 감춘 것을
산 자가 이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