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물때다
오늘은 전복을 캐러 가지 않는다
태왁을 안고 물로 걸어간다
십 년 만에 뒤집힌 바닥으로
파도가 길을 열어주는 아침
바다도 오늘은 조용하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쉰다
이 숨 하나로 내려갔다 와야 하니
빗창은 두고 왔다
오늘은 캐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받으러 가는 것이니
물이 나를 받아준다
빛이 등 뒤로 멀어진다
소리가 하나씩 꺼진다
그리고 그 배가 보인다
물 아래 물 아래
십 년이 잠든 곳
물 아래 물 아래
아무도 오지 않은 방
나는 도둑이 아니오
나는 손님이오
문을 열어주시오
갈라진 뱃전 사이로 들어간다
해초가 문발처럼 드리웠다
궤짝 곁에 그들이 있다
파도에도 떠나지 않은 사람들
누군가의 큰아들이 여기 있다
십 년을 기다린 아들이 여기 있다
손끝으로 나무를 두드린다
왔소 — 이제 왔소
숨이 반쯤 남았다
궤짝은 무겁지 않다
무거운 것은 궤짝이 아니라
이제부터의 일이다
물 아래 물 아래
십 년이 잠든 곳
물 아래 물 아래
아무도 오지 않은 방
나는 도둑이 아니오
나는 손님이오
문을 열어주시오
(숨을 참고)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여기까지 오신 분들
이름을 잊은 채 누워 계신 분들
선비가 그러합디다
그대들이 기다리는 것은
고요가 아니라 이름이라고
가져가겠소 — 훔치는 것이 아니오
그대들의 이름을 데리러 왔소
숨이 다한다
빛을 향해 — 올라간다
물 아래 물 아래
십 년이 올라온다
물 아래 물 아래
이름들이 올라온다
나는 도둑이 아니었소
나는 배달하는 사람이오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으니
휘이 —
오늘도 살았구나
그리고 오늘은
나만 올라온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