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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별 · TRACK 3

산문 앞에서

AT THE TEMPLE 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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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앞에 사내 셋이 서 있었다
바다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었다

뭍에 닿아 산길을 사흘 걸었다
암자 하나 찾으라 하였으니
불을 들고 궁궐 앞에 섰던 여인
이제는 산에서 목탁을 친다 하였다
품에서 젖은 장부를 꺼냈다
소금이 반을 먹은 이름들을
그 여인이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리고 손이 멈췄다

이 이름을 아시오
그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알다마다요
내 아버지를 끌고 간 손이오

불은 다 탔소 재도 식었소
그러나 기억은 타지 않았소
불은 다 탔소 손도 비었소
그러나 이름은 타지 않았소
내가 줄 것은 불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이오

그 여인이 이름들을 짚어갔다
이 사람은 대비마마 곁에 있었고
이 사람은 아버지 장례에 왔었고
이 사람은 내 손을 잡고 울었소
어릴 적 궁궐에서 다 본 얼굴이오
글은 누가 썼는지 모르나
누가 시켰는지는 내가 아오
장부에는 이름만 있으나
내 안에는 얼굴이 있소

같이 가시겠소 물었다
그 여인은 한참 말이 없었다
십 년을 산에서 산 사람에게
다시 내려오라 한 것이니

불은 다 탔소 재도 식었소
그러나 기억은 타지 않았소
불은 다 탔소 손도 비었소
그러나 이름은 타지 않았소
내가 줄 것은 불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이오

젊어서는 횃불을 들었소
그 불로 아무것도 못 살렸소
다 태우고 빈 손으로 돌아왔소
그때 알았소 — 분노는 오래 못 가오
그러나 기억은 오래 가오
나는 이제 불이 아니오
나는 증인이오

불은 다 탔소 재도 식었소
그러나 기억은 타지 않았소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으니
이름은 타지 않았소
내가 줄 것은 불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이오

새벽에 산을 내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암자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