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이면 한양에 닿는다
쌀만 싣고 다시 뜨면 된다
그날 아침은 그런 아침이었다
포구에 닻을 내렸다 물때가 맞지 않아서
쌀 두 섬 물 한 통 그것만 사면 되었다
품 안에는 젖은 장부 한 벌
십 년을 바다가 지킨 이름들이 들어 있다
나는 뱃사람이니 뱃사람 일을 했다
값을 흥정하고 짐을 세고 있었다
그때 부두 저쪽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모이는 모양이 좋지 않았다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바람이 있어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오늘은 북쪽이 나를 부른다
북쪽이 뚫렸다 하였다
여진이 강을 건넜다 하였다
성 셋이 사흘 만에 떨어졌다 하였다
피난민이 벌써 고개를 넘어온다 하였다
그리고 한 마디가 더 있었다
나라에서 죄인을 사면한다 하였다
싸울 수 있는 놈이면 죄를 묻지 않는다고
평생 도망친 놈을 이제 와서 부른다고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바람이 있어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오늘은 북쪽이 나를 부른다
선비가 물었다 이 글은 어찌하오
나는 답을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이 글은 십 년을 기다렸소
십 년을 기다린 것은 하루를 더 기다리오
그러나 저 고개를 넘어오는 사람들은
오늘 밤을 못 기다리오
선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늙은 어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 두 사람을 본 마지막이었다
돛줄을 풀었다
흰 돛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검게 물들여 다니던 그 돛
드러내려고 희게 올렸던 그 돛
오늘은 그냥 접는다
배는 두고 간다
북쪽은 걸어서 가는 곳이니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바람이 있어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돛을 내린다
붓은 꺾여도 먹은 마르지 않으니
먹은 기다릴 줄 안다
사람은 기다리지 못한다
부두에서 북쪽 길로 올라섰다
평생 물에서 살았는데
발이 땅을 밟으니 어색하였다
그래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