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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쇠 · TRACK 4

빈 줄

THE EMPTY LINE

앨범 눈과 쇠 · 4번 트랙  ·  이 장의 이야기 읽기 →

쉰이 가까운 여자가
전장에 무엇 하러 가느냐 물었다
쓰러 간다 하였다

열여섯에 마루 밑에서 종이를 찾았소
서른에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쳤소
마흔이 넘어 이 마을 훈장이 되었소
그리고 이 겨울
바다에서 온 사람이 젖은 장부를 두고 갔소
거짓 증언을 산 자들의 이름이라 하였소

읽었소
사흘을 읽었소
그리고 알았소
이 이름들은 이미 늦었소

나는 이 이름을 세상에 내지 않소
지금 세상은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대신 나는 오늘부터
새 이름을 적겠소
죽는 사람의 이름을
죽는 날에 적겠소
누가 고치기 전에

북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가득했소
쇠를 진 사람 활을 진 사람
아무것도 없이 걷는 사람
나는 종이와 먹만 지고 걸었소
사람들이 웃었소 그것으로 무엇 하겠소
쓰겠소 하였소
무엇을 쓰겠소 하기에
당신 이름을 쓰겠소 하였소
그 사람이 웃지 않았소

십 년 뒤에 누가 물을 것이오
그때 누가 있었느냐고
아무도 모른다 하면
없었던 것이 되오

나는 이 이름을 세상에 내지 않소
지금 세상은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대신 나는 오늘부터
새 이름을 적겠소
죽는 사람의 이름을
죽는 날에 적겠소
누가 고치기 전에

첫 장에 무어라 적을까 하다가
그냥 날짜를 적었소
그 아래 한 줄을 비워두었소
비워둔 줄은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자리요

이름을 적소
살아 있는 동안에 적소
죽고 나서 적으면
누가 고쳐도 모르오
불은 태우고
소금은 지키고
쇠는 기억하고
사람은 적소

눈이 오오
먹이 얼지 않게
품에 넣고 걷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