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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와 피 · TRACK 1

첫 줄

THE FIRS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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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 하였다
어디에 서라는 것인지 물었다
여기, 이 줄에

바다에서 삼십 년을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것이 내 기술이었다
관선이 오면 나는 이미 지나간 뒤였고
불빛이 비치면 나는 벌써 그림자였다
그런데 오늘은 서라 한다
움직이지 말라 한다
평생 익힌 것이 도망인데
그것을 쓰지 말라 한다

발이 움직이려 한다
서른 해가 발에 배어 있으니
나는 내 발을 붙잡고 서 있다
이것이 내 첫 번째 싸움이다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뒤로 갈 수가 없다
옆이 사람이니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용기가 아니라
다른 수가 없어서

옆에 선 놈이 나를 모른다
어디서 왔느냐 묻지도 않는다
그놈은 관군이고 나는 사면받은 도적인데
오늘은 둘 다 그냥 줄이다
그놈 손이 떨린다 내 손도 떨린다
떨리는 손 둘이 같은 창을 겨눈다
이런 것을 형제라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놈 옆에서 죽을 수 있다

품 안이 무겁다
젖은 종이 한 벌
십 년을 바다가 지킨 이름들
아무도 모른다 여기 있다는 것을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뒤로 갈 수가 없다
옆이 사람이니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용기가 아니라
다른 수가 없어서

북이 울렸다
줄이 밀렸다
그러나 끊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버틴 것이 아니다
옆이 버틴 것이다
옆의 옆이 버틴 것이다
그래서 나도 버틴 것이다
이것을 나는 몰랐다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삼십 년 만에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첫 줄에 섰다
첫 줄에 섰다
내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옆이 있어서

해가 떴다
옆에 선 놈이 아직 서 있다
이름은 여태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