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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녹 · TRACK 2

소금 항아리

THE SALT JAR

앨범 봄과 녹 · 2번 트랙  ·  이 장의 이야기 읽기 →

어머니가 소금 항아리를 옮기신다
아침마다 옮기신다
그 소리로 아침인 줄 안다

사십 일을 누워 있었다
처음 보름은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업고 왔다 하였다
나는 그것도 기억이 없다
어깨가 낫지를 않는다
비 오는 날은 뼈가 운다
어머니가 매일 천을 삶으신다
그 김이 방에 찬다

살아 돌아왔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살아 돌아온 것이 맞다
그런데 무엇이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품에 든 것이 있다
무엇인지 모른다
젖은 종이 한 벌
글자가 가득한데 나는 못 읽는다
버리라 했으면 버렸을 것이다
그 여자가 그러지 않았다
지키라 하였다
그것만 하였다

싸움이 끝난 날이었다
천막 뒤에서 한 여인이 나를 불렀다
글을 아는 여자였다
죽는 사람 이름을 적던 여자였다
내 팔에도 적었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여인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기름천에 싸고 삼베로 다시 감은 것이었다

이것을 맡아주시오
나는 마흔넷이고 그대는 스물이오
그것뿐이오
무엇이냐 묻지 마시오
알면 무거워지오

왜 나였느냐 물었다
그 여인이 답하였다
그대가 오래 살 것 같아서
그 말이 지금도 무섭다

품에 든 것이 있다
무엇인지 모른다
젖은 종이 한 벌
글자가 가득한데 나는 못 읽는다
읽을 줄 알았으면 읽었을 것이다
읽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못 읽어서 지켰다
그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소금을 퍼신다
큰 항아리다 어깨까지 온다
겨울 내내 그 안에 있는 것으로 살았다
소금은 상하지 않는다
소금 안에 든 것도 상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장에 가신 날
나는 부엌에 들어갔다
한 손으로는 아직 힘이 안 든다
그래도 들어갔다

소금을 반쯤 덜어냈다
기름천을 밑에 놓았다
그 위에 소금을 다시 덮었다
뚜껑을 닫았다
항아리를 원래 자리에 놓았다
자리가 조금 틀어졌다
그것을 바로 놓는 데 한참 걸렸다

불은 태우고
소금은 지킨다
나는 쇠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나는 그냥 여기 있다
어머니가 아침마다 항아리를 옮기신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안다
아직 거기 있다
아직 거기 있다

언젠가 누가 물으면
그때 꺼내면 된다
아무도 안 물으면
그냥 거기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