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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씨앗 · TRACK 3

빈 산

THE EMPTY MOUNTAIN

앨범 재와 씨앗 · 3번 트랙  ·  이 장의 이야기 읽기 →

산이 나를 다시 받아주었다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
같은 길인데 발이 달랐다

횃불을 들고 내려갔던 밤이
꿈처럼 멀어졌다
궁궐 앞에서 외쳤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산에 돌아왔다
승복에 연기 냄새가 배어있었다
세 번을 빨아도 남아있었다
네 번째에 놓아주었다
냄새가 아니라 내가 놓아준 것이다

다시 목탁을 잡았다
같은 목탁인데 소리가 다르다
전에는 분노를 덮으려고 쳤다
지금은 그냥 친다

빈 산이 나를 안는다
빈 마음이 산을 안는다
분노가 떠났다
내가 놓은 게 아니라 스스로 타서 사라졌다
횃불 들고 내려갔더니
돌아올 때 손이 비어있었다
빈 손이 이렇게 가벼운 줄
평생 몰랐다

봄이 왔다
매화가 피었다
이번엔 예쁘다
어머니 정원이 떠오르지만
아프지 않다 그냥 떠오른다
여름 빗소리에 아버지 목소리 듣는다
듣는다 그리고 웃는다
가을 낙엽이 떨어진다
불이 아니라 그냥 낙엽이다
겨울이 와도 좋고
겨울이 가도 좋다

어제 산 아래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지팡이 짚은 남자 얼굴에 길이 새겨져 있었다
차 한 잔을 건넸다
말이 없어도 알았다 우리는 같은 불에서 왔다

빈 산이 나를 안는다
빈 마음이 산을 안는다
분노가 떠났다
내가 놓은 게 아니라 스스로 타서 사라졌다
기도가 돌아왔다
전과 같은 말인데 뜻이 다르다
나무아미타불
이번엔 진짜 기도다

부처님께 물었었다
분노가 나를 놓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이제 답을 안다
분노를 놓는 게 아니었다
분노를 다 태우는 거였다
산 위에서 기도로는 다 탈 수 없었다
산을 내려가서 횃불이 되어야 했다
다 타고 나니 재만 남았다
재 위에 눈이 내린다
눈이 녹으면 그 자리에 풀이 난다

빈 산이 나를 안는다
빈 마음이 산을 안는다
나무아미타불
이번엔 눈물 없이 말할 수 있다
나무아미타불
이번엔 이를 악물지 않아도 된다
놓아주었다
산이 대답했다

산이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묻는다고 했었다
오늘 산이 대답했다
바람으로